옴스크
옴스크는 러시아 내전 때 백군의 사령부가 있던 곳입니다. 콜차크 제독은 미국으로 추방되었지만 조국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곳 옴스크에 사령부를 차렸습니다. 옴스크는 당시 그들에게 운명의 도시였던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50년 이곳 옴스크로 유배되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도 없던' 황량한 유배지에서 4년을 지낸 그는 유형 생활의 체험을 <죽음의 집의 기록>이라는 소설에 실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죽음의 집의 기록>은 육체적 고통보다 그곳에서 부딪힌 인간 군상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육체의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더 오래 기억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실마리만 가지고 취재하는 건 참 어렵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카잔
타타르 자치공화국의 수도 카잔은 뜻밖에 만난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타타르 인은 칭기즈칸의 후예라 볼 수 있습니다. 하얀 카잔 성 안에 정교회 성당과 나란히 서 있는 이슬람 모스크는 1552년 러시아의 이반 뇌제가 침략했을 당시 소실되었다가 다시 복원된 것입니다. 카잔은 18세기 후반 일어난 푸가초프의 난 때도 도시가 유린되는 화를 겪었습니다. 카잔은 타타르 어로 '가마솥'을 뜻한다고 합니다. 현재의 도시 카잔은 칭기즈칸도, 이반 뇌제도, 푸가초프도, 무슬림도, 정교회 교도도 모두 뒤섞여 하나의 아름답고 새로운 문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시 이름처럼 역사와 문화의 '멜팅 팟'을 이룬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