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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유럽

비행기 환승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며 처음 떠난 유럽의 목적지가 독일 하노버였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 그러나 나에게는 별천지였다. 신기했다. 그리고 번잡스럽지 않은 그 분위기가 좋았다. 만약 첫 여행지가 사람 많고 복잡한 대도시였다면 유럽의 첫인상이 완전히 달랐을지 모른다. 그렇게 독일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이후에도 독일 브레멘 등 소도시의 매력이 펼쳐지는 곳을 주로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가 독일의 소도시 고슬라르에서 가히 문화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다.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박제된 시가지에서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뒤섞인 독특한 리듬으로 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공부하고 계획하는 버릇이 생겼다.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냥 내가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모든 답은 역사 속에 있었다. 그들의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들의 과거가 아닌 현재의 단서가 눈에 들어왔다. 여행하기 전 그 지역의 역사부터 공부하는 건 일종의 버릇이 됐다. 큰 도시를 여행할 때에도 그들의 역사부터 살폈다.

가령,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할 때에도 그랬다. 이번에는 내가 공부한 것을 토대로 계획을 스스로 완성했다. 그리고 모든 동선을 정하고 지도까지 첨부해 핸드북도 만들었다. 말하자면 ‘셀프 가이드북’인 셈. 그 시절에는 그런 용어도 없었다. 이때 생각했다.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은데, 여행을 기획하고 계획하는 것도 재미있구나, 라고.


독일을 정리하다.

월 300~400시간 일하는 일상에 지쳐 회사를 관두고 독일로 떠났다. 관심 있게 보아둔 독일의 크고 작은 도시를 일주하듯 여행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 독일여행 정보는 매우 빈약했다. 아무 정보 없이 무작정 부딪혀 여기저기 구경하고, 그게 무엇인지 스스로 외국 사이트를 뒤져가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힘들게 여행했고 애써 공부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 아쉬웠다. 공부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다음해에 또 한 번. 뇌리에 꽂힌 것은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기에 나는 또 독일로 갔고, 거기서 보고 공부한 것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나는 독일 가이드북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더 깊이 파고 들어야 했다.

작가가 된 이후의 여행은 기존과 완전히 달랐다. 여행이 아니라 취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내 취향을 배제하고 여행지 속에서 보편적인 매력을 찾아야 했다.

나는 다시 역사에 답을 구했다. 여러 번 여행했던 베를린과 뮌헨을 다시 취재하면서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수없이 발견했고, 그것을 정리하다 보니 독일뿐 아니라 주변국까지 연결되는 어떤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종교개혁 성지순례 가이드북을 만들 때에는 한층 깊게 역사를 파고들어야 했다. 아이슬레벤, 만스펠트, 토르가우, 코부르크 등 이름도 낯선 시골의 소도시를 오직 역사 속 사건의 실마리만 가지고 취재하는 건 참 어렵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내 여행은 늘 그랬다.

독일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국의 역사도 알게 된다. 가령, 같은 독일어 문화권인 오스트리아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럽게 오스트리아 가이드북을 위한 취재를 떠났다. 비엔나, 잘츠부르크, 인스브루크 등을 여행하며 또 역사를 공부했고,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연결고리가 있는 헝가리, 슬로베니아, 체코 등의 과거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견되는 단서를 가지고 부다페스트 가이드북, 슬로베니아 가이드북도 완성하였다. 특히 슬로베니아는 아직 ‘변방’에 가까운 여행지. 마치 처음 독일의 소도시를 여행하듯 아무 정보 없이 무작정 슬로베니아의 소도시를 여행했다.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내 여행이 늘 그랬다.

모두의 여행을 만들고 싶다.

휴대폰을 몇 번 두드리면 지구 반대편의 여행정보가 줄줄 나오는 세상이다. 하지만 ‘후기’ 위주의 여행정보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해보라고 추천하니까 이걸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여행’이 아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내 여행’을 완성하기를 희망하며 길을 안내한다. 전통과 예술의 대륙 유럽이라면 더더욱 그들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는 필수다.

하지만 여행할 때마다 매번 공부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터. 그래서 공부는 내가 한다. 그리고 가치 있는 정보를 풀어놓으려고 노력한다. 독자 여러분은 거기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 쏙쏙 골라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즐기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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