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잡은 운전대
수능을 마친 19세 겨울,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했다. 기능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20시간 운전을 해야 했는데, 그 시절 운전 전문학원에는 항상 학생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밖에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월화수목금. 그렇게 4주의 시간 동안 운전을 배웠다. 처음에는 오락실에 있는 게임처럼 생긴 시뮬레이션 주행을 했다. 그리고 1톤 트럭으로 2단 출발과 언덕에서 반 클러치 사용법, S자 코스와 T자 코스, 그리고 병렬 주차까지 순서대로 배워 나갔다. 겨울이어서 눈이 왔고 날이 추웠지만, 엔진이 엉덩이 밑에 있는 포터 트럭에 타는 순간은 언제나 따뜻했다. 다녔던 학원은 산 밑에 있어서 공간을 잘 활용하지 못해서 였거나, 그냥 학생들이 사고를 낼까 봐 그랬는지 고속 변속 구간은 변속하지 못하게 교육했다. 4주 동안 그는 1단과 2단, 그리고 후진만 변속했다. 그 이후인 3단 이상의 세상은 미지의 세계였다.
기능 시험에 합격한 후, 도로 주행까지 많은 학생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다시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기능시험에 합격했지만, 그것은 운전 실력이 아닌 공식을 따른 운전기술이었다. 어깨에 노란 선이 보이면 핸들을 두 바퀴 반 돌려서 후진하고, 백미러에 코너가 보이면 핸들을 다시 풀어서 직선으로 맞추고 하는 공식이 학원에는 존재했다. 운전은 몸에 체화된 능력이 아니고, 단지 수학 공식 외우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지네가 자기 다리의 숫자와 움직이는 순서를 생각하며 걸으면, 순서가 꼬여서 넘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지네가 된 것처럼 운전을 하는데 순서가 엉킬 것만 같았다.
긴 기다림이 지나고 도로 주행의 시간이 되었다. 이제 눈 대신 비가 왔다. 길에는 서서히 봄이 오고 있었다. 도로주행은 총 10시간의 교육으로, 두 시간씩 5일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운전면허 시험을 보게 되는 순서였다. 시골길을 1톤 트럭으로 운전하면서 자연스러운 운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말 오고 가는 차가 하나도 없는 길에 들어섰다. 여유로운 강사님은 그냥 속도를 높이고 싶을 때까지 엑셀러레이터를 밟아보라고 했다. 그 순간 궁금했던 3단 이후의 세계에 드디어 들어섰다. 처음으로 5단 변속을 했다. 속도는 겨우 시속 80km 정도였지만, 매우 새로운 경험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