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제 여행메이트

Mute! 수화여행

Introduce the Travel Mate

당신의 여행 동반자, 여행메이트를 소개합니다.

Profile
- 여행의 3F(Fun,Fresh,Forever)를 실천하는 여행가
-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을 찾아 다니는 방랑나그네
- 수화를 사랑하고 수화로 소통하는 농인

여행경력
- 1994~1997 : 싱가포르 3년 거주 / 동남아 3개국, 서부유럽 5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
- 2000 : 뉴질랜드
- 2011 : 타지키스탄
- 2015 : 마카오, 홍콩
- 2016 : 러시아. 미국, 대만
- 2017 : 중국
- 2018 : 싱가포르


1990년 세상의 소리를 잃어버리다


평범한 거실, 지극히 평안한 모습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한 아이가 있다.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아이는 꿈쩍도 안 하고 장난감에 집중하고 있다. 연달아 불러도 여전히 반응이 없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어머니는 아이의 귀에 손을 가까이 대서 박수도 쳐보고 큰 소리로 불러도 보지만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으며 장난감을 만지작거린다. 이때부터 세상의 소리를 잃어버린 4살 아이의 인생 여정이 시작된다.


1990년 ~ 1992년 어머니의 헌신으로 사랑을 느끼다


청력을 잃은 아이가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부모님은 염려와 불안감이 가득하다. 일반 아이가 가는 유치원은 가지 못하고, 농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울농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받는 언어 훈련은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학교에서도 힘든데 집에서도 어머니에게 언어훈련을 받으니 더욱더 안하겠다고 버텨본다. 부모님도 아이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만 언젠가는 세상을 홀로 살아가야 된다는 걱정에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단호하게 대한다. 어머니는 본인의 시간을 포기하며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서 수업도 참석하고, 하교 후에도 아이의 훈련에 집중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어느 날 어머니는 계속되는 강행군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어머니의 우는 모습을 처음 본 아이는 어리둥절하다. 어머니는 울면서 아이를 꼬옥 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이 모습에 아이도 결국 울음이 터진다. 이렇게 매일의 노력이 더해져 완벽한 발음은 아니지만 말하게 되고, 제법 똘똘한 모습으로 7살에 일반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동등하게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1994년 ~ 1997년 세상의 새로움과 배움을 느끼다


아버지의 해외 발령으로 인해 아이의 가족은 싱가포르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부모님은 기후, 문화, 언어 등이 다른 싱가포르에서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기후,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적응이 가능하겠지만, 언어의 문제가 큰 변수였다. 몇 년을 투자해서 발음과 한글을 힘들게 깨우쳤는데 완전히 다른 언어인 영어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은 아찔하다. 싱가포르 내 한국학교만 믿고 결심한 싱가포르행! 아이는 싱가포르의 덥고 습한 기후, 피부색이 다른 인종, 영어로 되어있는 표지판을 보고 두려워하기는 커녕 솟구치는 호기심으로 즐겁다. 한국학교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치에 놓여있는 친구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잘 지내고, 새로운 것들에 흥미를 보이며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아이의 모습에 부모님은 안심한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사회성과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테니스, 골프, 수영, 태권도 등 각종 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 10여개 국가를 함께 여행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한다. 부모님의 아낌없는 관심과 지지 속에 아이는 새로운 경험을 쌓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건강하게 성장한다.


1997년 ~ 2004년 진정한 우정을 얻고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다


싱가포르의 3년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다. 싱가포르에서 온 아이를 학교 친구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며 온갖 질문을 던진다. 비록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곤 하지만, 그 외에는 다를 바가 없는 친구이기에 장애는 큰 장벽이 아니다. 아이는 친구들의 배려 덕분에 초. 중. 고 학창시절 내내 많은 추억을 만들고 깊은 우정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그렇게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 아이는 두려움 없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람을 사귀는 재미를 알아간다.


2005년 ~ 2010년 나는 누구인가? 농인의 정체성을 깨닫다


아이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다. 전공의 특성상 청각적인 요소를 많이 다루는 학업이 어렵고 고민도 많다. 청년은 평소 부모님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 남에게 도움을 받지만,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르침을 따르고자 사회복지로 복수전공을 신청한다. 사회복지에서 성장 환경에 따른 사람의 욕구와 가치가 다양함을 배우게 되었고 공감, 긍정적 존중, 경청 등의 실천 기술을 습득함으로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대학 시절엔 기독교 동아리에 들어가 4년간 임원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가 무엇인지 점점 깨닫게 된다.
하지만 청년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군중 속의 고독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아무리 배려해줘도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늘 있었기에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는가?’,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활발했지만 속에는 외로움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관계자의 권유로 농인 후배를 만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와 비슷한 사람을 사귀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동지가 생겼다는 기쁨이 컸다. 후배를 통해 농인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수화를 처음으로 배웠다. 수화를 하면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더 정확히 보기 시작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사회에서 청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청각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차별, 농인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2012년 홍콩으로의 첫 자유여행, 쓴 맛을 경험하며 여행을 배우다


졸업 후 취직 그리고 첫 휴가! 농인&청인 친구들 4명이서 홍콩으로 첫 자유여행을 떠났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잘 준비했다고 자부한 그는 첫날부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착한 시간이 새벽이라 빛이라곤 보이지 않았고, 간판 역시 보이지 않아 코앞의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데 30분이 소요되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자고 있는 상황이라 연락도 되지 않았고 겨우 다른 투숙객의 도움으로 입실한 게스트하우스는 홈페이지 상의 소개와는 달리 좁고 열악했다. 그런데 팀원들은 상황에 대해 비난하고 꾸중하기는커녕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를 다독였다. 이후에 여행은 치밀하게 준비한 만큼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첫날의 당혹스러움이 그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준비를 위한 준비가 아닌 사람을 생각하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자유여행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2013년 ~ 2018년 여행업의 현실에 실망하지만, 여행상점을 통해 희망을 보다


청년은 그 이후 기회가 생기는 대로 농인 청년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농인 청년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농인 청년은 농인들의 여행 욕구가 많은데 반해 환경은 여의치 않아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현재 국내 여행사들 중에 농인을 위한 수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곳은 전무하다. 설사 개설된다 하더라도 수화통역사를 고용해야 하기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농인 수요가 많지 않아 수익성도 낮다는 것이다. 또한 농인 여행자가 패키지를 이용하면 여행사 측에서 배려해준다고 약속을 하면서도 정작 현지에 가면 패키지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인도하다 보니 인솔자도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 된다. 이런 환경들이 농인의 여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자연스럽게 농인들은 여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같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다르다는 이유로 누려야 할 혜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반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불합리함에 화가 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여행을 청각장애로 인해서 충족 받지 못하는 현 여행업의 취약함을 개선해보고자 여행사 담당자에게 건의도 해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고객의 욕구에는 관심이 없고, 수익성 하나만 바라보는 여행업의 구조에 실망한 그는 많은 농인들이 수화로 소통하면서 여행을 다니며 새로움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여행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렇게 고민하던 중 여행상점을 만나게 되었다. 여행상점은 기존에 만났던 여행사와는 다르게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표방하고 있었다. 여행을 만드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여행자들을 이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여행상점을 통해 이우제만의 여행 작품 ‘수화로 소통하는 농인 여행’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은 그는 큰 기대감을 갖고 여행상점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우제 한명의 도전이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대한민국 농인 전체에게 아니 각자의 다름을 지니고 있는 모두에게 큰 변화를 선물하는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