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
엄마는 살림만 하는 게 꿈이었다.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림까지 해야 했으니, 엄마에게는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큰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룰 날이, 엄마의 삶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일을 시작했고, 엄마에게 살림만 해도 되는 날이 온 것이다. 그 날 엄마의 설렘은 옆에 서 있던 나에게도 전달됐다. 엄마는 기뻐하며 울었고, 나는 기뻐하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꿈에 옵션도 있음을 밝혔다. 아버지의 지인들과 함께 부부동반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것. 엄마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그치고 웃었다.
여행을 떠나는 날, 엄마는 내 옷을 빌려달라고 했다. 남자친구와 맞춘 커플남방이었다. 대여료로 2만원을 제시했고 엄마는 50% 할인을 요구했다. 선심을 쓰는 듯 만원을 받고 옷을 빌려주었다. 엄마는 처음 소풍을 떠나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 모습을 보는 나와 동생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엄마가 택시를 타고 떠나자, 나와 동생은 더 행복해졌다. 엄마와 아버지가 없는 2박3일이라니... 꿈만 같았다. 친구들을 불러서 놀았다. 동생은 잠도 자지 말고 영화를 보자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왔다고 했다. 나는 “고고!”를 외쳤고 동생은 영화를 틀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났을 때 동생의 음모를 알아챘다. 동생은 겁이 많은 나를 놀리려고 코미디 영화라고 거짓말을 하고 공포 영화를 빌려온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안 볼 수는 없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지르며 영화를 봤다. 자정이 지난 시간, 영화는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올 사람은 없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여행을 떠났고 남동생은 군대에 갔다.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다시 벨이 울렸다. 동생과 함께 현관으로 나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이모였다. 이모는 같이 갈 데가 있어서 왔다고 했고, 우리는 이모를 따라 나섰다. 이모는 한참을 가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어디 가냐고 몇 번을 묻자 이모가 말했다. 놀라지 말라고, 여행을 가다가 엄마가 쓰러졌는데 별 일은 아닐 거라고... 동생과 손을 꼭 잡았다. 적막 속에서 강원도 원주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다. 엄마는 많은 호스들을 몸에 꽂고 중환자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의사는 뇌출혈이 이미 며칠 전에 시작된 상태에서 쇼크가 온 거라 며칠을 못 넘길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믿기 힘든 말은 사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