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방향
나는 좋아하는 것을 보관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를 좋아했다. 누군가에게는 구질구질한 취미 탓에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인 서촌과 관련된 자료를 꾸준히 모아 왔다. 언제부턴가 자꾸만 고향 동네에 옛 것은 사라지고 새 것이 들어오는데 모두 사라지기 전에 옛 것들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건 지극히 본능이었다.
2008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Weird Florida》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미국의 휴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의 관광안내서인데 특이한 건 동네 사람들이 직접 자료를 모아서 책을 만들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관광안내서가 전문 여행가의 수박 겉핥기 식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책은 동네 사람들만이 아는 명소, 맛집, 전설 그리고 이야기 등의 소소하지만 전문성과 진정성을 두루 갖춘 자료들로 만들어진 진짜 지역 안내서였다! 알고 보니 이 책이 미국에선 꽤 유명해져 후에《Weird 시리즈》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의 동네, 서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그동안 모아둔 자료들을 정리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것이 책으로 나온 것이 ‘서촌방향’ 이다. 그 뒤로 서촌 가이드까지 하게 되었고, 현재도 서촌에서 소중한 추억을 끝없이 쌓고 있고 그에게 있는 이 진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베풀고 갚아야 한다는 생각은 그의 신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