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백의 순례길>
1. 버리는 연습
시간이 지날수록 배낭 어깨 끈이 그를 조여 온다. 버리자니 아깝고 필요할 것 같고, 지고 가자니 무겁고, 결국 인생은 모두 버리고 가는 것을... 왜 인간은 그렇게 우둔하고 어리석을까? 하면서도 못 버리고는 그 자신이 비겁하다. 얼마를 더 버려야 원하는 가벼움이 올까? 스스로를 버리는 연습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연습도, 쉽지만은 않지만 마음의 연습이 필요하다.
2. 출발
“왜? 이리 먼 겨?” 투정과 불평, 괜한 짓을 했나? 하는 후회와 번민 속에 첫 번째 숙박,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120개의 2층 베드가 큰 홀을 가득 차게 배치 되어있다. 전세계 여러 나라의 남녀노소가 함께 섞인 생활. 저녁을 마치고, 배정된 침대에 다리를 펴고 누우니 모든 낯섦과 시름, 고뇌와 일상은 다 사라져버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진다.
3. 고난
으슬으슬한 추위와 신발에 쩍쩍 달라붙는 진흙 때문에 발걸음은 두배 이상으로 무겁다. 궂은 날씨의 심술에도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좋은 순례길)’ 인사말로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미덕에서 포근한 인간애를 느낀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진흙을 떼어 내며 인생길에서도 끊임없이 달라붙는 유혹을 생각한다.